나는 더이상 슈게이즈를 하고 싶지 않다.
정확하게는 이펙터를 왕창 걸고 큰 볼륨이 모든걸 해줄거라는 기대로 음악을 만들고 싶진 않다.
우리 EP도 그렇지만 국내외의 여러 슈게이즈 밴드들을 보면서 섬세함이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드는 예쁘지만 그 안에 알맹이가 없다. 그래서 그 높은 볼륨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랜딩기어 EP에서는 그 이유를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방법론이 더이상 새롭지 않다는것도 많이 느꼈다.
어제 작업실에서 혼자서 데모를 녹음 한 뒤 집에 오는 길에 데모를 여러번 들어보면서 느꼈다. 이 데모는 뭔가 특정 장르로 규정하기 힘들다는 생각.
물론 아직 디테일을 더 잡아야 할 곳이 많지만 이 작업물이 꽤 마음에 든다. 아르페지오 리프로 일제히 폭격하며 사정없이 청자를 때리는데 이게 슈게이즈도 아니고, 미드웨스트 이모라고 부르기에도 어려운것 같다. 되게 오묘한 느낌이다. 약 3개월동안 리프들에 집착하며 트랙을 쌓아올린 결실이 있는것 같다.
그렇지만 아르페지오 리프들로 트랙을 쌓아올리는 방식도 벌써 이 곡을 포함하여 4곡이 나왔으니, 또 다른 새로운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
아마도 다음 곡에서는 피아노나 미니멀한 신스를 사용하게 될 것 같다.
한곡 쯤은 키노코 테이코쿠스러운 느낌으로 청량한 슈게이즈를 써볼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내가 혼자서 음악하던 시절부터 드라이브를 청량하게 걸고 치는 류의 곡은 없었던 것 같아서, 드라이브를 잘 쓰는 곡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그런데 오인페에만 물리면 물과 기름이 분리되는 듯한 소리가 나서.. 브로큰티스님에게 조언을 구해야 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