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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5 - 26.09.01

음악을 한다는건 나를 끊임없이 불구덩이 속으로 집어넣는 행위이다. 마치 자해와도 같은 행위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자책하고, 마음에 들때까지 채찍질을 해야한다.

그런 스스로의 맹비난에 못이겨 오랫동안 무너져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 내 음악에 대한 주변의 반응이 미묘할수록 스스로를 더 갈궜다. 더 완벽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만 했고, 내 기준에 못미치면 음원 파일은 가차없이 하드드라이브의 구석으로 팽개쳐졌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반응이 미묘해질수록 보편적으로 "좋다" 라고 느낄만한 곡에서 멀어졌고 내 작업물들은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하는 주파수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나 조차도 애정을 가지지 않았기에 내 음악들은 하드드라이브의 어느 한 데이터 섹터에서 차갑게 식어갔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던 어느날 나는 무너졌다. 기타를 잡는것이 무서웠다. 평소에 듣던 음악도 거북하게 느껴졌다. 스스로가 싫었다. 나보고 "재능이 없다"며 손가락짓을 하고 갔던 사람들에게 한방 먹여주지 못한채로 넉다운 되었다.

어제 지우와 이야기 하면서 문득 내가 이런 미련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 산 스트랫을 제대로 다뤄보지 못한게 아쉽다. RAT의 스윗스팟을 찾지 못해서 아쉽다. 하드 드라이브의 곡들을 끝까지 완성하지 못한게 아쉽다. 나의 작곡 방법론과 장르를 다루는 방식이 유효하다는걸 세상 사람들에게 제대로 설득하고 있지 못하다는게 아쉽다.

그렇지만 나는 평생 많은 일들에 아쉬워 할 것을 안다. 그래서 To-do 리스트처럼 그런 아쉬움으로 지나간 일들에 끊임없이 x 자를 치며 하나씩 쳐내며 살아가는 수 밖에는 없다.

창작이라는 행위에 어떤걸 바라는게 옳지는 않지만 - 인기와 인지도를 의식하는 순간 쿨하지 않다는걸 알지만 - 그럼에도 내 음악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인디씬엔 나같이 음악을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닿을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해소하고 20대를 마무리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