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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마인드와 새 블로그 짓기

삶의 전체에 걸쳐서 창작이란 행위에 열망을 가졌다. 세상에 좋아하는게 많은 만큼 내 손으로 빚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상 해왔던것 같다. 어릴땐 게임을 너무 좋아했어서 Flash라는 툴로 허접하게 게임을 만들어서 주전자 닷컴 같은 곳에 올려보기도 했었다. 대학교 3학년때는 앨범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에 휴학을 하고 작업실을 얻어 음악을 만들기도 했었다. 지금 내가 개발자라는 직업을 택한 것도 그 영향권에 있다. 프로그래밍으로 무언갈 만드는게 좋다. 서버 인프라를 설계하고 안정적으로 서비스가 운영되는 걸 보면 기쁜 마음이 든다.

하지만 내가 꿈꿔왔던 것에 비해 뼈아프게 마주해야 했던 진실은, 내가 너무 초라한 인간이라는 것이다. 되려 남들보다 습득 속도가 느려서 아등바등 해야 겨우 따라갈까 말까한 수준일 때가 많았다. 부푼 기대를 안고 들어갔던 대학교 밴드 동아리에서는 '너는 재능이 없다' 라는 말은 수십번은 들어야 했고, 그 후에 오기로 혼자서 음악을 했을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에 만든 음악들이 나를 닮아 너무 못나보이고 구려보여서 감히 낼 생각 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게 사랑했던 음악을 반년동안이나 듣지 않게 되면서, 디깅은 커녕 애플뮤직도 켜지 않게 되면서 오랫동안 DAW에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 무너져 있었다. 그 후 다시 일어서기 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 시점에서도 생각이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스스로 악기를 개같이 못친다고 생각하는건 여전하다. 그나마 자신있었던 프로그래밍이나 글쓰기마저 AI 시대가 찾아오면서 무색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이 일들이 좋기 때문에 계속 하기로 마음 먹었다. 음악을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AI가 초지능이 되어 모든 소프트웨어를 자율적으로 쓴다고 해도 개발자라는 직업을 계속 할 것이다. 그러니까 '재능' 이라던가 타인과의 비교가 이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인디씬에 들어오면서 여러 재능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전공생이 아님에도 화성을 자유자재로 쓰면서 멋진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있고, 스타일이 이미 초반부터 확립되어 멋진 앨범을 내고 인정을 받는 아티스트도 있다. 솔직히 부럽다는 생각이 안들면 거짓말일 것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 그 누구라도 펜타포트에 서고 싶고, 해외 리스너들에게 인정받고, 이런 욕구가 있는건 당연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들이 더이상 중요하지도, 그것에 목맬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만들고 싶은것이 명확하다면 북극성을 향해 가면 되는 일이다. 배가 약해보인다느니, 저렇게 항해하면 안된다느니 하는 말들은 그저 가볍게 넘기면 되는 일이다. 그래서 내가 목표로 삼은 북극성을 굳게 믿기로 했다. 하고 싶은 말들을 멋지게 정제해서 세상에 내보이고 싶은 마음밖에는 지금 없는 것 같다. DIY 정신에 입각한 삶을 추구하며 천천히 무언갈 뚝딱뚝딱 만들고 있는 것이 나의 요즘 삶이다.

새 블로그는 땅바닥에서 부터 새로 지었다. 기존에는 Chirpy라고 하는 오픈소스 블로그 템플릿을 빌려서 Github에 호스팅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름 서버 개발자인데, 자기가 직접 만든 블로그도 없으면 좀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외부 라이브러리도 거의 쓰지 않고 블로그를 구현했다. 흔히 쓰는 React 같은 프론트엔드 프레임워크도 쓰지 않았다. 마크다운을 HTML로 렌더링 하는 것 부터 파일 동기화, 이미지 CDN 까지 사이트 자체는 심플해 보이지만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구현했다. AI 도움을 물론 받긴 했지만 대부분은 서드 파티 라이브러리 사용법에 관해 질문하는 것 이외엔 쓰지 않았다. 요즘 시대에는 뒤쳐진 손코딩으로 이틀에 걸쳐서 구현했고, 나름 만족스러운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었다.

AI로 코딩하지 않은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냥 내가 스스로 생각해서 구현하는게 훨씬 즐거운 일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Suno AI는 라디오헤드를 만들어 줄 수 없다.